[雜想] ‘어대문’ 프레임이 낳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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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想] ‘어대문’ 프레임이 낳은 풍경
  • 김경탁 기자
  • 승인 2017.04.27 13: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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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세력의 사회변혁운동은 연대와 연대의 반복을 통해서만 성취될 수 있다
김경탁 편집부장

[매일일보] 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조기 대선의 경쟁구도가 ‘1강’ 독주체제로 굳어져가는 분위기이다. ‘다이나믹 코리아’가 그동안 경험해온 정치적 격변 사례들을 생각하면 남은 10여일동안 어떤 변화가 벌어질지 예단할 수는 없는 일이겠지만 말이다.

독주가 오래되는 만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향해 지지선언과 각종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어제(26일)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있었던 ‘천군만마 국방안보 분야 1천인 지지선언’ 기자회견에서 있었던 해프닝은 이런 분위기를 집약해서 보여준 사례다.

하루 전이었던 25일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나온 문 후보의 동성애 이슈 관련 발언이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당했다면서 사과를 요구하는 성소수자 단체 회원들이 행사 도중에 난입했다가 체포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동일 단체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27일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도 성소수자들이 난입해 문 후보에게 소리치며 달려드는 ‘퍼포먼스’를 벌였다고 한다. 2월에 있었던 문 후보의 싱크탱크 포럼 행사에서도 유사한 일이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집요하다고 할 정도다.

앞서 25일 토론에서 문 후보 발언의 취지는 ‘군대내 동성애에 반대한다. 동성애를 좋아하지 않고 동성혼 합법화에 찬성하지 않는다. 다만 동성애자를 비롯한 모든 종류의 차별에는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이날 토론이 끝난 후부터 현재까지 SNS를 비롯한 온라인 세계는 성소수자 관련 이슈로 들끓고 있다. 몇몇 유명인사(?)들이 문 후보에 대해 좀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비난을 쏟아냈고, 이에 맞서 일부 문 후보 지지자들은 동성애 혐오발언으로 맞받아치는 일도 벌어졌다.

SNS 상의 격론에 휘말려서인지, 토론 당시 문 후보에게 수차례에 걸쳐 동성애 관련 입장을 물으면서 엄청난 혐오발언과 잘못된 의학 정보를 토해낸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돼지 발정제 강간 모의 논란’ 같은 유형의 검증 이슈들은 휘발되어 사라지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26일 오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천군만마 국방안보 1천인 지지선언 기자회견에 참석, 인사말 도중 성소수자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혹자는 일부 성소수자들이 자신들의 민원 해결을 위해 문 후보만 쫓아다니고 문 후보에게만 비판을 하는 듯한 모습에 대한 문 후보 지지자들의 비판에 “집권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이고 그나마 대화가 통할 것 같아서”라거나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라고 변호한다.

그러나 이는 일부 네티즌들이 유행어처럼 사용하는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 프레임을 종교화하는 태도라는 점에서 받아들일 수 없거니와 문 후보의 핵심 지지자들이 갖고 있는 절박함과 불안감에 대한 ‘의도적 무시’가 반영된 것이어서 너무도 고약하게 느껴진다.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했던 참여정부 시기는 아마도 해방 직후나 4·19혁명 이후에 들어선 장면정부 정도를 제외하면 헌정사상 가장 많고 다양한 요구를 담은 집회와 시위가 지속적으로 벌어진 시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문 후보가 집권하면 노무현 정부 2기”라고 주장했는데 문 후보를 향해 벌써부터 쏟아지고 있는 다양한 목소리들을 보면 향후 5년이 최근의 9년보다 훨씬 시끄러워질 거라는 점은 충분히 예측된다.

민주주의는 원래 시끄럽다는 점에서 문 후보를 향한 다양한 목소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다만 바라는 것은 내 문제만 중요하고 내 마음에 안들면 세상이 다 멸망해도 상관없다는 식의 유아적 태도는 좀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것뿐이다.

자주 언급하는 이야기인데, 소수세력의 사회변혁운동은 연대와 연대의 반복을 통해 성취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에 대해 연대를 거부한 적이 없는 주류세력을 일단 적으로 선포한 후에 크게 떠드는 방식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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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사비 2017-05-11 19:50:32
문재인 대통령 취임후에 다시 읽어 봅니다.
기대와 염려 그리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

님의 글은 볼 때마다 튼실해서 좋습니다.
고약함은 거두시고 든든한 연대와 신뢰로 무장한 후원군 되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