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2017년 5월 23일, 두 전직 대통령이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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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2017년 5월 23일, 두 전직 대통령이 주는 '교훈'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7.05.23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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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경제사회부장

[매일일보 이상민 기자] 2017년 5월 23일. 오늘은 역사에 ‘아주 특별한 날’로 기록될 것이다. 온 국민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두 개의 커다란 사건이 동시에 벌어졌기 때문이다. 같은 날 다른 모습으로 국민들 속으로 다가온 두 전직 대통령의 모습은 우리는 물론 현대 정치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23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중앙지방법원 417호 법정. 최순실 사태 이후 ‘영어의 몸’이 되기까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박근혜 전 대통령이 53일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수갑을 찬 채 호송차에서 내리는 모습은 국민들의 탄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평소의 단아했던 모습과는 달리 다소 초췌한 모습이 눈을 찔러왔다. 손목에 채워진 수갑도 가슴을 아프게 했다. 재판이 시작되자 법정 피고인석에 앉아 정면을 응시하는 모습이 보도되는 순간 안타까움은 극에 달했다.

재판의 결과를 떠나 법정에서 그 동안 재기된 수많은 의혹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

같은 날 오후 2시 경남 김해의 봉하마을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8주기 추도식이 성대하게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 등 여·야 지도부가 대거 참석한 역대 최대 규모는 8년 전 제대로 된 검찰 조사 없이 종결된 노 전 대통령의 혐의에 대한 정치적 면죄부를 주는 듯하다. 아마 당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대대적인 검찰 수사가 이뤄진 탓에 노 전 대통령이 부엉이바위 행을 택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박 전 대통령과 비슷한 모습을 보였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 역사의 어두운 측면이 고스란히 드러난 날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종식시키기 위한 개헌 등 거국적인 논의는 시간을 갖고 제대로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그 이전에라도 절대 권력은 스스로 부패를 경계해야 한다. 그리고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더욱이 발전한 집단지성을 가진 국민들이 끊임없이 부릅뜬 눈으로 지켜보고 있음을 한 순간도 잊지 않아야 한다. 권력에 취해 휘드른 칼은 결국에는 자신의 목을 겨눌 수밖에 없다.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고 하지 않던가? 이 격언은 수많은 세월과 역사를 통해 그것이 진실임을 입증해내고 있다.

합리적 정의로 인정을 받고 못받고의 문제를 떠나 정책의 결정과 실행의 단계에서부터 얼마나 사심 없이 국가와 민족을 생각했느냐가 결국엔 모든 걸 결정할 듯하다. 사심 없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실행한 일에 누가 나서서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그것은 결국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시작의 순간에 그 끝을 바라보며 겸허하게 모든 것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마찬가지로 정상에서 권력에 취한 정권이 자신의 끝을 상정하며 일을 하기도 쉽지 않다.

그런 까닭에 시작은 미약하지만 그 끝은 창대한 정권을 기대해본다. 퇴임 후에도 포장마차에서 우연히 만나 권력자로서의 어려웠던 점을 토로하고, 국민은 아쉬웠던 점을 이야기하며 접점을 찾아가는 대한민국을 꿈꾸는 것은 설익은 기대감일까?

대한민국에 진정한 민주주의가 꽃 피길 기대해본다.

작심하고 과거를 들추어내지 않더라도 다시는 대한민국에 2017년 5월 23일의 풍경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소망해본다. 비극적인 과거의 절대 권력자들을 굳이 일일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더 이상 이 땅에 그런 사람들이 생겨나지 않도록 기도해본다.

미래가 아름다운건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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