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악과 감탄 속출...최민정의 막판 스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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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악과 감탄 속출...최민정의 막판 스퍼트
  • 박동준 기자
  • 승인 2018.02.1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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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정 "손 짚는게 문제라면 안 짚고 하겠다"…압도적 실력
17일 강원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전에서 최민정이 선두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아웃코스에서 가속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최민정의 1500m 경기는 짜릿함 그 자체였다. 경기 중후반까지 ‘정중동’(靜中動)의 자세로 판세를 관망하면서 보는 이들을 긴장하게 했지만 막판 두 바퀴에서 경쟁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그는 13바퀴 반을 도는 경기에서 3위로 시작했다. 초반 3바퀴에서 1위로 올라서기도 했지만 이내 다른 선수에게 선두를 내줬다. 이후 5바퀴째부터 줄곧 4위로 경기를 진행했다.

11바퀴 통과 직후 최민정은 아웃코스로 가속하면서 선두그룹을 단숨에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남은 두 바퀴 반을 그대로 내달려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에 첫 금메달을 안겨줬다. 너무 늦은 스퍼트로 추월하지 못했으면 그대로 경기가 끝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침착하게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체력 비축’ 작전의 승리

최근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1500m 종목에서 번번이 중국 선수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한국 선수들은 경기 초반부터 선두권을 유지하는 전략을 구사했지만 경기 막판 체력 저하로 중국에 역전 당했다.

지난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는 박승희와 이은별 두 선수가 결승에 올랐다. 박승희는 결승전 중반까지 선두를 지켰지만 3바퀴를 남기고 중국 저우양에게 추월당했다. 결국 이은별이 은메달, 박승희가 동메달로 끝났다.

2014년 소치 대회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당시에는 심석희가 여자 1500m 세계랭킹 1위로 강력한 금메달 주자로 지목받았다. 결승에는 심석희와 김아랑이 올라 심석희가 경기 초반부터 치고 나가 2위 그룹과 큰 거리차로 선두를 유지했다. 하지만 경기 종료 2바퀴를 앞두고 체력 저하로 이번에도 저우양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이 같은 전례로 이번 평창올림픽에서는 선두 자리를 유지하기보다는 경기 막판에 추월을 하는 방향으로 작전이 세워진 것으로 보인다.

▮판정 시비 없는 깔끔한 금메달

또한 지난 500m 경기에서 석연찮은 판정으로 실격 처리 당한 것을 감안해 이번에는 논란이 될 만한 소지가 전혀 없는 방법을 택했다. 몸싸움이 잦은 인코스 대신 아웃코스를 택해 크게 돌았으며 코너링 과정에서 빙판에 손도 대지 않았다. 아웃코스는 인코스에 비해 더 많은 거리를 달려야 해 체력적 소모가 크다.

쇼트트랙 경기 특성 상 짧은 시간에 코너링을 자주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왼손으로 빙판을 짚고 곡선 주로를 돈다. 이 과정에서 상대 선수와 뒤엉켜 넘어지거나 진로 방해로 실격 판정을 받는다.

최민정은 지난 13일 500m 결승에서 2위로 들어왔지만 인코스 추월 과정에서 손으로 상대 선수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실격됐다. 당시 최민정은 아쉬운 마음에 눈물까지 내비치며 “손 짚고 나가서 진로방해가 되면 손을 안 짚고 나갈 수 있게 해야겠죠”라고 말한 바 있다.

▮‘기어 변속’ 외신도 놀란 질주

최민정의 막판 스퍼트에 외신들도 ‘압도적이다’ ‘무서운 질주였다’는 등의 갈채를 보냈다. 특히 마지막 2바퀴에서 속도를 높여 경쟁자들을 따돌린데 대해 ‘기어 변속을 한 것 같다’는 평가를 했다.

미국 UPI 통신은 “최민정은 압도적이었다. 막판 무서운 질주를 보여줬다”며 “첫 11바퀴와 달리 마지막 2바퀴는 기어 변속을 한 것 같았다. 4위에서 1위로 올라선 뒤 질주를 시작했고, 결승선을 통과할 때는 최민정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고 전했다.

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NBC 역시 “최민정이 500m 실격 아픔을 이겨냈다”며 “경쟁자들을 마지막 2바퀴로 눌러버렸다”고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도 “최민정이 4위를 유지하다가 단숨에 리진유와 킴 부탱을 앞섰다”고 타전했으며 BBC는 “4위에서 선두로 올라서 2분24초95의 압도적 기록으로 우승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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