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금수저와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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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금수저와 부동산
  • 송경남 기자
  • 승인 2018.04.25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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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남 건설사회부장

[매일일보 송경남 기자] 금수저는 부모의 재력과 능력이 좋아 아무런 노력과 고생을 하지 않고도 풍족함을 누리는 자녀들을 지칭한다. 영어 표현인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다’에서 유래했다. 중세 유럽 귀족층이 은식기를 사용했고 이들의 자녀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은수저로 젖을 먹었다는 풍습에서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경 청년실업, 부익부 빈익빈 등의 각종 사회 문제와 맞물리면서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부모의 직업과 경제력 등에 따라서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 등으로 분류가 나뉘고 있다.

국세청이 금수저들의 탈세행위를 단죄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국세청은 증여세 탈루 혐의가 짙은 고액 자산가 268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대상에는 경제적 능력이 없으면서도 고가의 아파트를 취득하거나 고가의 전세를 살고 있는 금수저 77명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부모의 지원으로 아파트와 상가 등 부동산을 쉽게 취득했다. 20대 후반의 A씨는 아버지로부터 돈을 받아 17억원 상당의 서울 성동구 소재 아파트를 구입했다. 대학강사인 30대 초반 B씨는 서울 용산구에 있는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하기 위해 아버지로부터 9억5000만원을 편법으로 증여받았음에도 세금은 내지 않았다. 치과 개원의 C씨는 송파구 재건축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자금의 일부를 장인·장모로부터 증여받았고, 매매자금의 일부는 병원 수입금액을 빼돌려 채워 넣기까지 했다.

우리나라 부자들은 유독 부동산에 관심이 많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17년 한국 부자 보고서’를 보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부자들이 가장 수익률이 높은 투자처로 인식하고 있는 분야는 국내 부동산(32.3%)다. 이들이 보유한 부동산 규모는 평균 28억6000만원으로, 일반 가계의 평균 2억5000만원의 11배에 달한다.

부자들의 부동산 사랑은 자녀들에게도 되물림 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변칙 증여와 세금 탈루 등이 빈번하게 발행한다는 것이다. 이번 세무조사도 미성년자의 고가 아파트 취득 및 고액예금 보유 등 변칙증여 문제가 사회 이슈가 된데 따른 것이다. 공정한 세금부담을 요구하는 국민적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세무조사가 대다수 흑수저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까지 해소하지는 못한다.

부동산시장은 이미 투기판이 된 지 오래다.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 청약시장은 현금 부자만 참가할 수 있는 ‘그들만의 리그’가 됐고,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을 위한 특별공급 제도는 ‘금수저들의 잔치판’으로 전락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집값을 잡기위해 지난해부터 내놓은 대출 규제 등이 무주택 서민의 입지를 좁히고 오히려 금수저들의 투기판만 키웠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당하게 돈을 벌어 부동산에 투자하고 그를 통해 수익을 얻는 것을 문제 삼을 사람은 없다. 다만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기대 손쉽게 부동산을 취득하고, 투기를 통해 엄청난 불로소득까지 챙기는 구조가 고착될까 우려스럽다. 우리 주변에는 내 집 마련의 꿈조차 꾸지 못하는 흑수저들이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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