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019학년도 대입 수시 원서 접수, 결국 ‘학생부’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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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2019학년도 대입 수시 원서 접수, 결국 ‘학생부’가 뭐길래
  • 복현명 기자
  • 승인 2018.09.2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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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복현명 기자] 전체 대입 선발인원의 76.2%에 달하는 2019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끝났다.

올해에는 역대 최고로 수시로 선발하는 인원도 많았고 학생부 관련 전형의 비중은 86%가 넘었다.

특히 학생부는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차지하고 있다. 얼마전에는 서울의 S여고에서 교사인 아버지가 딸을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어서 학생부를 조작한 사례도 있었다. 당시 해당 학교 학부모들은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채 시위에 참여했다. 얼굴을 가린 이유는 학교가 학생부에서만큼은 갑(甲)이기 때문에 자녀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학력고사 시절이던 1980년대에는 학생부가 거의 의미가 없었다. 학력고사 점수만 잘 받으면 명문대를 갈 수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에 접어들어 학생부종합전형의 전신인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된 후부터 학교 생활기록부가 중요한 자료가 됐고 학생부를 관리하기 위한 학교와 학부모들의 정보전이 대단하다.

일선 고교에서는 시험이 끝난 후 교내 대회나 동아리 활동이 숨가쁘게 진행된다. 학생들은 교내활동과 공부를 병행해야 해 부담이 크다.

교육부의 학생부 기재 요령을 보면 해외 체류 경험은 학생부에 기입할 수 없는데도 일부 고등학교들은 내부 경진대회까지 만들어 시상경력을 적기도 한다. 예외 규정을 교묘히 피한 꼼수다. 바로 ‘학교장이 승인한 경우’에 한해 외부 활동을 기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해당 고등학교의 대학진학률을 높여 학교 평가에 상위권을 차지하기 위한 일선 교사들의 눈치싸움도 치열하다. 상위권 학생의 경우 교사들이 직접 학생부 관리를 해주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단칼에 거부하는 교사들도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입시를 앞둔 학부모들은 학생부 내용이 담당 교사에 달려 복불복이라는 이야기도 한다. 열심히 학교 생활을 했는데 학생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거나 반대로 대충 활동했는데도 학생부에 꼼꼼히 적히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학생부가 외면만 받는 건 아니다. 전국진학지도협의회와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의 조사 자료를 보면 일선 교사들은 학생부종합전형이 공교육의 위상을 강화시킬 수 있는 수단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담임 교사의 개인적 성향으로 인해 학생부 내용이 사실과 다르게 차이가 발생한다면 매년 학기 초에 좋은 담임 교사가 자녀에게 배치되길 기도하는 학부모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학생부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면 현행 대입제도의 중심이 되는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도 흔들리게 된다. 학부모는 교사의 눈치를 보며 혹시나 모를 자녀의 학생부 기록에 불이익을 받을까 전전긍긍하고 교사는 학생부 기록의 주체로 갑질을 하는 이런 풍토는 없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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