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꽉 막힌 남북경협 ‘남북미 경협’으로 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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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꽉 막힌 남북경협 ‘남북미 경협’으로 뚫는다
  • 박숙현 기자
  • 승인 2018.09.2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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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철도공동체 미국 기업 참여 제안 / 김정은 "미 보복 감당못해" 진정성 전달
북한 조선중앙TV가 22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난 18∼20일 평양 남북정상회담 전 과정을 상세히 다룬 1시간 10분 분량의 기록영화를 방영했다. 사진은 정상회담 첫날 목란관 환영만찬장 테이블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동아시아철도공동체'에 미국 기업도 적극 참여해달라고 구애했다. 대북제재 해소를 전제로 내걸기는 했지만 실질적인 남북경제협력이 국제사회와 각국의 독자제재에 막혀있는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미국 민간기업에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이는 주변국을 남북경협 분야의 이해관계자로 끌어들여 경협과 함께 북한의 비핵화 속도를 높이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동아시아철도공동체에 미 참여 독려

이날 문 대통령은 미국 내 국제관계 연구기관인 미국외교협회(CFR)·코리아소사이어티(KS)·아시아소사이어티(AS) 공동주최 행사 연설에서 완전한 비핵화 완료 또는 상당부분의 대북제재 해소를 전제하며 본격적인 남북 경제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남북경제공동체는 동북아시아 경제협력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미국과 한국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성장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동아시아철도공동체는 에너지공동체와 경제공동체를 넘어 다자평화안보체제로 발전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며 "미국의 참여는 동북아 발전을 가속화하고 지역의 안정화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이 자리를 빌려 미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제안한다"고 했다.

▮연내 남북 철도 연결 착공 드라이브

문 대통령이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처음 언급한 것은 지난 8.15 경축사에서였다. 당시 문 대통령은 비핵화와 남북 갈등이 해소되면 동북아 지역 평화공동체, 에너지공동체, 다자안보체제가 형성될 수 있다고 보고 러시아에는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상(러시아의 에너지 슈퍼링과 몽골 고비사막의 풍력, 태양광 연계 사업)을, 동북아 6개국과 미국에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안했다. 북한의 비핵화 문제 뿐만 아니라 경제협력에도 주변국을 끌어들여 협상하고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으로, 큰 틀에선 비핵화 로드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남북은 각종 경협사업 중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사업을 중점으로 추진하고자 한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한반도 신경제 구상'이 실현되기 위해선 북한의 교통 인프라 구축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이는 3차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인 '9월 평양공동선언'에도 담겨있다. '동해선과 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연내 개최하겠다'는 내용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도 "그런 상황(북한 비핵화 완료 또는 대북제재 해제)이 된다면 한국은 북한의 인프라 구축을 포함해 경제 발전을 위해 선도적으로 힘을 쓸 용의가 있다"고 했다.

▮김정은 "속임수 쓰면 미 보복 감당 못해"

문 대통령이 미국 내 여론 주도층을 향해 남북미 경협을 제안하고 나선 것은 북한에 대한 미국 내 불신 분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서다. 미국 내 대북 불신은 남북 경협의 가장 큰 장애물이다. 대북 제재 완화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개혁개방 의지를 의심하는 질문에 "내가 직접 겪은 바에 의하면, 김 위원장은 나이가 젊지만 아주 솔직 담백하고 연장자를 예우하는 그런 예의도 갖추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을 경제적으로 발전시켜야겠다는 의욕이 아주 강했다"며 "핵을 포기하더라도 미국이 북한의 안전을 제대로 보장해 주면서 북한의 경제 발전을 위해서 지원해 준다면 김 위원장은 경제 발전을 위해서 얼마든지 핵을 포기할 수 있는 그런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개혁개방에 대한 김 위원장의 발언을 전했다. "많은 세계인들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여러 조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북한을 믿지 못하겠다, 또는 속임수다, 또는 시간 끌기다라는 말하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 속에서 북한이 속임수를 쓰거나 시간 끌기를 해서 도대체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는가. 그렇게 되면 미국이 강력하게 보복을 할 텐데 그 보복을 북한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라는 내용이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이번에야말로 북한의 진정성을 믿어 달라"고 말했다는 것.

여기에 문 대통령은 북한 인프라를 지원하는 구제적 펀드 조성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세계은행(WB)이나 세계경제포럼, 아시아개발은행 등에서 북한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북한도 국제통화기금(IMF) 등 여러 국제기구에 가입해 개방적 개혁에 나설 뜻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국제기구 가입은 통상 베트남과 중국 등 공산국가의 국제사회 편입 마지막 단계에 해당해 대북 경제협력에 대한 남북간 큰 틀의 논의도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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