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식품업계, 이유 있는 ‘이물질 논란’ 강경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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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식품업계, 이유 있는 ‘이물질 논란’ 강경 대응
  • 안지예 기자
  • 승인 2018.11.19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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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안지예 기자]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식품 이물질 논란이 끊이질 않으면서 식품업계가 골치를 앓고 있다. 다만 과거엔 이유를 불문하고 ‘무조건 사과’가 먼저인 분위기가 강했지만 기업들 사이에서도 이젠 ‘할 말은 해야 한다’는 기류가 번지고 있다.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가 아님에도 대부분 제조사에 책임이 씌워지는 탓이다. 하지만 자동 공정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요즘 제조 시 이물질이 혼입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그동안 이슈가 됐던 이물질 논란도 대체로 제조 공정보다는 유통, 보관 과정에서 발생했던 경우다. 시리얼바·초콜릿 등에서 발견된 ‘화랑곡나방’ 애벌레 논란 등도 이에 속한다.

최근에도 한 소비자가 빼빼로데이에 구매한 롯데제과 빼빼로 제품에서 애벌레가 발견됐다며 소비자원에 신고를 하기도 했다. 롯데제과 측은 “해당 제품이 지난 4월 초에 생산된 만큼 7개월 가량 애벌레가 포장지 속에 살아 있기는 힘들고 유통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로 본다”고 전했다.

조사 과정에서 의문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청정원 런천미트 사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달 23일 회수 조치를 내린지 한 달 가까이가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세균 검출 배경을 두고 정확한 원인 규명이 이뤄지지 않아 미궁에 빠진 상태다.

식약처는 당시 해당 제품에서 세균발육시험 결과 세균이 검출됐다며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후 류영진 식약처장이 국정감사장에서 검출된 세균이 대장균이라고 언급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제조 단계가 아닌 유통과정, 또는 검사 단계에서 오염이 됐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통상 대장균은 70도 이상 가열 시 사멸되는데 문제의 제품은 116℃에서 40분 이상 멸균처리를 거치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은 분유 스테디셀러인 ‘임페리얼 XO’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이례적으로 강력 대응에 나섰다. 남양유업 측은 전(全) 공정 자동화 생산, 의약품 제조설비 수준의 관리를 하고 있어 제조 과정에서 이물질 혼입은 절대 불가하다고 반박했고, 추가로 외부 공인기관의 검사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회사 측은 최신 분유 설비와 생산과정에서 이물질이 들어갈 수 없다는 점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모든 소비자와 언론 등 외부기관에 생산설비를 개방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동안 일반적으로 대다수 업체들은 제조상 혼입인지 아닌지의 진실 여부를 떠나 일단 논란이 발생하면 몸을 최대한 낮춰왔다. 강력 대응을 했다간 자칫 소비자를 ‘블랙컨슈머’로 몰고간다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많은 업체들이 이물질 논란이 터졌을 때 법적 책임을 넘어 도의적 책임을 지고 폭넓은 수준의 환불, 사후 조치 등에 나서는 까닭이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 후 억울함이 밝혀지더라도 사건은 ‘나 몰라라’로 끝나버리는 실정이다. 실제 지난 2016년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에 따르면 제조과정에서 이물질이 혼입되는 경우는 전체 신고 건수(5332건)의 약 10%인 473건에 불과했다.

이물질 이슈가 단순히 문제 제기에만 그친다면 기업은 수십 년간 쌓아온 이미지가 땅에 떨어지고, 소비자는 하지 않아도 될 우려를 하게 되는 등 모두 혼란에 빠질 뿐이다. 소관 부처와 기업의 제대로 된 원인 규명과 설명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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