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정권, 美대사관 이희호 여사 면담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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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정권, 美대사관 이희호 여사 면담 막았다
  • 김나현 기자
  • 승인 2019.04.2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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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불쾌" 경고도
전두환 정권 시절 외무부 보고내용 사진=김병기 의원실 제공

[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전두환 정권 시절 주한 미국대사관 측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에 대한 면담을 요청하자 당시 외무부 관계자가 “매우 불유쾌하다”며 설전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외무부는 이 여사의 생활비 전달 문제를 두고서도 엄중 경고했다.

23일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입수한 비밀 해제 외교문서에 따르면, 미 대사관은 김 전 대통령이 ‘내란음모 사건’으로 구금되고 가족들이 가택연금됐던 1980년 12월 1일 이 여사에게 생활비를 전달하고 면담할 수 있게 대달라고 외무부에 요청했다. 이에 외무부는 미 대사관 정무참사관을 초치해 생활비 전달과 관련 “장려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당시 면담 속기록에 따르면 외무부 미주국 심의관은 생활비 전달에 대해 “송금액이 단순한 생계보조비 이상으로 거액이거나 의연금 모금 캠페인 등이 발생해 언론에 보도되는 등 정치적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외무부 심의관은 이 여사와의 면담문제를 두고서는 “매우 불유쾌하다”며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외국 공관원이 내란음모죄로 재판이 진행 중인 피고인의 가족을 방문해 건강 상태를 확인하겠다는 것은 아무리 우방국 간이라 할지라도 일반적 외교활동의 범주를 벗어난 것일 뿐 아니라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는 현시점에서 불필요한 잡음을 일으킬 소지가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이 방문이 조사 목적에서 이뤄진다는 데 대해서는 주재국 정부에 대한 예양상 극히 바람직하지 못할 뿐 아니라 우리 정부로서는 이를 매우 불유쾌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미 대사관 정무참사관은 “본국 정부로부터 이 문제에 관해 어떤 반응이 있을지 모르겠다. 한국 측의 회답을 곧 보고하겠으며, 워싱턴의 반응이 어떨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편 지난 20일 별세한 김 전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 전 의원의 영결식이 이날 치러졌다. 김 전 의원의 유해는 이날 광주 민족민주열사묘역에 임시안장한 뒤 5·18 국립묘지 이장을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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